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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있어도 아청법 강제추행 무죄 가능할까, 판례로 보는 대응전략


성범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아청법 강제추행 혐의를 받으면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색안경을 끼고 사건을 보기 쉽다. 그러나 제주지방법원과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실제 무죄 판결이 보여주듯, 검사가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전과의 무게와 무관하게 무죄가 선고된다. 이 글에서는 수사 단계부터 재판, 국민참여재판 신청까지 단계별로 유효했던 방어 논리를 정리한다.


1. 재범이어도 무죄가 나오는 이유

가. 전과가 곧 유죄를 뜻하지는 않는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강제추행죄는 피해자가 어리다는 이유로 일반 강제추행보다 무겁게 처벌된다. 문제는 피고인에게 동종 전과가 있을 때다. 수사기관과 재판부 모두 "과거에도 그랬으니 이번에도"라는 심증을 갖기 쉽고, 최근 재판 실무에서 강조되는 '성인지 감수성' 기준까지 더해지면 뚜렷한 물증 없이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위험이 커진다.

그럼에도 동종 전과가 있거나 출소 직후, 이른바 누범 기간 중에 다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존재한다. 핵심은 하나다 — 전과는 양형에서 참작하는 사유일 뿐, 이번 사건의 유죄를 증명하는 직접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다.

관련 판례: 제주지방법원 2024고합42 판결

피고인은 성범죄 전과로 복역한 뒤 출소한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청소년을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 배심원 7명 전원이 무죄 의견으로 일치
· 법원 역시 아청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

출소 직후라는 사정만으로 유죄 심증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다.

관련 판례: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고합72,83(병합) 판결

29차례 형사처벌 전력이 있는 피고인이 야간에 청소년의 신체를 접촉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 사건 당시 어두웠고 뒷모습만 본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접촉이었다는 점이 인정됨
· 피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사실에 대한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전과 횟수가 아무리 많아도 '이번 범행에 대한 인식'은 별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판결이다.

두 판결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검사가 피고인이 상대방을 아동·청소년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지 못하면 전과의 개수나 시점과 무관하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이다.


2. 수사 단계에서 전과 편견에 맞서는 법

가. 진술은 준비된 상태에서만 안전하다

수사기관은 전과가 있는 피의자를 조사할 때 과거 사건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압박에 위축되면 "거부하지 않아 괜찮은 줄 알았다", "유혹하는 줄 알았다"는 식의 말이 튀어나오기 쉬운데, 이는 본인도 모르게 성적 고의를 자백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실무상 유의점: 조사 전 단계에서부터 진술의 균형을 잡는 준비가 필요하다.

· 사건 전·중·후의 진술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구조화하는 진술 정리
· 실제 조사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진행하는 모의 조사로, 유도 신문과 전과 추궁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답변 훈련

준비 없이 조사에 임하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돌이킬 수 없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나. 피해자 진술과 거짓말탐지기 대응

아동·청소년은 어른의 질문에 유도되기 쉽고, 반복된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재구성되거나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 이 지점을 정밀하게 파고드는 것이 방어의 관건이다.

실무상 유의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은 다음 두 축으로 검증할 수 있다.

· 경찰·검찰 조사의 영상녹화물을 확보해 진술이 시점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유도성 질문은 없었는지, CCTV·타임라인과 모순되는 지점은 없는지 분석
· 물증 없이 진술만 대립하는 사건에서는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 조사가 최후의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어, 예상 질문을 사전에 분석하고 조사 참여 여부의 실익을 전략적으로 판단

감으로 다투기보다 기술적 분석으로 뒷받침된 주장이 재판부에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다. 미성년자 인식과 추행 고의 부존재 입증

아청법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있었어야 하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 즉 추행의 고의도 별도로 인정돼야 한다. 상대방을 성인으로 오인할 만한 합리적 사정이 있었거나 단순한 친밀감의 표시였다면 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

실무상 유의점: 두 요건은 각각 별도의 입증 전략이 필요하다.

· 연령 인지 결여 입증 — 사건 장소가 성인 전용 시설이었는지, 상대방의 외모·화장·복장·말투가 성숙했는지, 나이를 확인하려 한 대화가 있었는지를 정황으로 수집한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17고합72,83 판결도 야간에 뒷모습만으로는 청소년임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무죄 사유로 들었다).
· 추행 고의 부재 입증 — 성적 만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단순 실수, 물리적 접촉, 평소의 친밀한 장난이었다는 점을 정황증거로 뒷받침한다.

두 요건 중 하나만 무너뜨려도 무죄로 이어질 수 있다.

라. 구속영장 청구를 막는 법

검찰은 성범죄 전과가 있는 피의자의 재범 위험성을 높게 평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 구속된 상태에서는 방어권 행사 자체가 크게 위축되므로,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구속을 막는 것이 이후 재판 전략의 출발점이 된다. 실질심사에서는 다음 네 가지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1피해자의 말과 현장 CCTV 등 물증이 서로 어긋나 혐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2과거 범죄와 이번 사건 사이의 시간적 간격을 근거로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을 제시한다.

3성폭력 예방 교육이나 심리 치료를 성실히 받고 있다는 자료, 안정적인 주거지와 직장이 있다는 점을 함께 제출한다.

4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는 구체적 약속(주거지 이전 등)을 제출해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을 보인다.


3. 재판 단계의 법리와 실무 전략

가. 무죄추정 원칙과 성인지 감수성의 한계

형사재판의 출발점은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피고인이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명확히 증명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고합72,83 판결에서도 확인됐듯, 과거 전과는 양형에서 고려할 요소일 뿐 현재 범죄를 증명하는 직접 증거가 아니다.

'성인지 감수성' 원칙 역시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진술이 객관적 물증과 명백히 어긋나거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 이 원칙을 이유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점을 재판부에 명확히 변론해야 한다.

나. 증인신문으로 진술의 신빙성 무너뜨리기

피해자를 법정에서 직접 신문하는 절차는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국면이다. 진술의 시간대별 흐름과 사후 행동을 정밀하게 대조하는 작업이 관건이다.

실무상 유의점: 증인신문에서는 다음 세 가지 축을 함께 활용한다.

· 경찰·검찰·법정 진술을 시간 순으로 대조해 주요 부분의 불일치를 짚어낸다
· 신고 시점, 신고 전 행동, 사후 연락 내역 등이 일반적인 피해 정황과 배치되는지 살핀다
· 피해자를 직접 압박하기보다 조명, 복장, 접촉 각도 등 구체적 정황을 세밀히 물어 자연스럽게 모순을 드러낸다

세 가지를 결합하면 진술 하나에 의존한 유죄 심증을 흔들 수 있다.

다. 무죄를 다투면서도 처벌에 대비하는 이중 방어

무죄만 고집하다 예상과 달리 유죄가 선고되면 그 결과를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무죄 주장과 동시에 처벌 수위를 낮추는 준비를 병행하는 이중 방어가 필요하다.

실무상 유의점: 이중 방어는 세 갈래로 구성된다.

· 재범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객관적 평가로 사전에 준비한다
· 성폭력 예방 교육 이수증, 심리 치료 기록, 반성문, 가족 탄원서 등 양형 자료를 무죄 변론과 병행 제출한다
· 일부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아청법 제49조 단서에 따른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면제, 취업제한명령 차단을 함께 주장한다

무죄 판단과 양형 판단은 별개의 국면이므로, 두 트랙을 동시에 준비해야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4. 국민참여재판이 유리한 이유

가. 통계로 보는 무죄율 격차

성범죄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과 일반 재판의 무죄율 차이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구분 지표국민참여재판(성범죄 사건)일반 형사재판(1심 성범죄 사건)주요 특징 및 시사점
최근 5년 평균 무죄율
(2020~2024)
45.45%3.48%국민참여재판의 무죄율이 일반 재판보다 약 10배 이상 높다
연도별 무죄율 추이2020년 47.8%
2021년 25.0%
2022년 52.9%
2023년 40.0%
2024년 52.3%
3~4%대의 낮은 무죄율 유지2022년과 2024년에는 무죄율이 50%를 넘어섰다
배심원 평결과 판결의 일치율93.8~94.0%해당 통계 없음판사는 배심원의 무죄 평결을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인다

무죄율 격차의 배경에는 재판 주체의 차이가 있다. 성범죄 사건을 매일 접하는 전문 판사는 법리에 익숙한 나머지 피해자 진술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유죄 심증을 갖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확실한 물증 없이 한 사람의 인생을 죄인으로 만들어도 되는가"라는 합리적 의심의 원칙을 훨씬 엄격하게 적용한다.

나. 재범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이 특히 유리한 이유

일반 재판에서는 판사가 수사 기록과 전과 기록을 사전에 모두 열람할 수 있어 은연중에 편견이 형성될 여지가 있다. 반면 국민참여재판은 엄격한 증거법칙에 따라 배심원에게 피고인의 전과가 함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통제된다. 변호인이 "과거의 잘못이 오늘의 죄까지 덮어씌우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호소하면, 배심원은 판사보다 훨씬 깊이 공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 피해자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할 때의 대응

아청법 강제추행 사건은 합의부 관할이라 피고인은 공소장을 받은 뒤 첫 재판 전까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해자나 보호자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법원이 배제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대응하려면 다음과 같이 재판부를 설득해야 한다.

1피해자가 법정에 직접 나오지 않고 별도 공간에서 비디오로 증언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2피고인을 보지 못하도록 차폐막을 설치하는 등 충분한 보호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재판 진행을 요청한다.

31심에서 부당하게 배제결정이 내려졌다면 즉시항고로 상급 법원의 재판단을 구한다.

라. 배심원단을 설득하는 시각 변론

국민참여재판은 하루나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므로, 법률 용어로 가득한 서면보다 배심원의 눈높이에 맞춘 시각 자료가 설득력을 좌우한다. CCTV 영상, 3D 공간 구조도, 접촉 각도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자료를 준비하고, 실제 재판 전 일반 시민에 가까운 평가단 앞에서 모의공판을 진행해 표현의 난이도와 거부감을 사전에 조정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5. 일반 재판과 국민참여재판, 무엇을 선택할까

두 재판 방식의 구조적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비교 항목일반 판사 재판국민참여재판(배심원 참여)
과거 전과에 대한 시선판사가 전과 기록을 사전에 파악해 편견이 생길 위험이 있다증거법칙에 따라 전과가 함부로 유죄 증거로 쓰이지 않도록 차단된다
피해자 진술 평가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진술을 비교적 존중하는 편이다물증이 없으면 엄격한 합리적 의심 원칙을 적용해 진술을 배척할 가능성이 높다
성범죄 무죄율약 3.48%로 매우 낮다약 45.45%로 매우 높다
재판 진행 방식몇 달에 걸쳐 여러 차례 나눠 진행한다1~2일간 집중 심리 후 당일 평결한다
피해자가 거부할 때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된다거부 시 배제될 수 있어 즉시항고 등 대응이 필요하다
유리한 사건 유형확실한 디지털 증거가 있고 법리 해석만 다투는 사건물증이 전혀 없이 피해자 진술만 있어 진술의 모순을 다투는 사건


6. 결론: 무죄를 위한 핵심 전략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아청법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상황은 분명 불리하다. 그러나 제주지방법원 2024고합42 판결과 서울북부지방법원 2017고합72,83 판결이 보여주듯, 전과의 개수나 출소 시점과 무관하게 검사가 고의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면 무죄가 선고된다.

종합 결론
• 수사 단계: 진술 준비와 조사 리허설로 실언을 차단하고, 영상녹화물·거짓말탐지기 분석으로 피해자 진술의 허점을 과학적으로 검증한다.
• 인식·고의 요건: 장소적 특성, 외모·복장, 나이 확인 노력 등으로 미성년자 인식 결여를 다투고, 정황증거로 추행의 고의를 배척한다.
• 재판 단계: 시간대별 반대신문으로 진술 신빙성을 무너뜨리는 한편 무죄·양형 이중 방어를 병행하고, 물증이 없는 사건이라면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적극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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