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합의서와 처벌불원은 어떻게 다른가: 판결 5건으로 본 양형 반영 > 법률 칼럼

성범죄 합의서와 처벌불원은 어떻게 다른가: 판결 5건으로 본 양형 반영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양형기준상 '처벌불원'이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합의 시점과 범행에 대한 태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 판결 5건을 비교하고, 합의를 협의하는 단계에서 살펴야 할 점을 정리했습니다.


1. 합의서와 처벌불원, 양형에서는 어떻게 구분될까

양형기준은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을 특별양형인자로 규정합니다. 쉽게 말해 형을 줄여 주는 감경요소로 보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다루는 판결들은 모두 '강간죄(13세 이상 대상) 제1유형 일반강간' 기준을 적용한 사건입니다. 해당 기준의 권고 구간은 아래와 같이 나타났습니다.

양형기준:
· 특별양형인자가 없는 기본영역은 징역 2년 6월~5년이며, 서울북부지법 2022. 12. 6. 선고 판결과 광주고법 2023. 9. 6. 선고 판결에서 적용됐습니다.
· 처벌불원이 감경인자로 인정될 때의 감경영역은 징역 1년 6월~3년이며, 춘천지법 강릉지원 2014. 4. 10. 선고 판결과 울산지법 2017. 2. 3. 선고 판결에서 적용됐습니다.

위 수치는 각 판결이 선고될 당시의 기준입니다. 양형기준은 그동안 개정돼 왔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공소제기 시점 등에 따라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또 하나 짚어 둘 점은 양형기준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준을 벗어나 선고할 때는 그 이유를 적어야 한다는 취지가 광주고법 판결에서 설시됐습니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7410, 2010전도44 판결 참조).


2. 합의금을 지급했는데도 처벌불원이 인정되지 않은 사건

가. 광주고등법원 2023. 9. 6. 선고 (전주)2023노115 판결의 사안

처음 만난 피해자가 잠든 상태를 이용해 강간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사의 주장: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 법정까지 범행을 부인하다가, 합의로 유리한 사정을 만들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역시 이런 사정을 모른 채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합의 내용: 피고인은 합의금 2,5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피해자는 협박이나 강요 없이 평온한 상태에서 민사·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선처를 바란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제출했습니다.

나. 항소심 법원이 본 사정

법원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판단했습니다.

1피고인이 범행을 줄곧 부인해 왔으므로, 합의가 진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합의금 지급과 합의서 제출만으로는 감경요소인 '처벌불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다만 피고인이 상당한 금액을 지급해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시켰고, 피해자가 선처를 바란다는 뜻을 밝힌 점은 별도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3검사가 말한 이중적 태도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원심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뒤에 합의했으므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4항소심에서 피고인이 범행을 더는 다투지 않고 사과 의사를 거듭 밝힌 점, 벌금 400만 원 외에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직장생활과 가족의 탄원 등 사회적 유대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원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5처벌불원을 적용하지 않으면 권고형은 기본영역(2년 6월~5년)이 되어, 원심의 형은 그 하한에 못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양형기준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고,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하면 재량의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합의가 '처벌불원'으로는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해 회복과 선처 의사가 별도의 유리한 정상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3. 합의가 있었는데도 실형이 선고된 사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4. 4. 10. 선고 2014고합12 판결의 두 피고인은 법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도 제출됐습니다.

그래서 처벌불원이 감경인자로 적용되어 권고 구간은 감경영역인 징역 1년 6월~3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아래 사정들을 불리하게 평가했습니다.

관련 판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14고합12 판결

재판부가 불리하게 본 사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자의 생일 술자리에서 피해자가 취한 틈을 탄 범행이라는 죄질
· 범행 직후 피고인 중 한 명이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는 등, 2차 피해 우려가 매우 큰 행동
· 블랙박스 녹음과 모텔 CCTV 같은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 범행을 축소·은폐하려 한 점

결과는 피고인 A에게 징역 2년 6월,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이었고, 각각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가 명령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동종 범죄 전력이 없었습니다. 자백과 합의, 동종 전력 없음에도 실형이 선고됐다는 점이 이 사건에서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4. 항소심에서 합의가 이루어진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9. 11. 27. 선고 2019노2150 판결의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까지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게다가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다는 점이 불리하게 평가됐습니다.

그러다 항소심에 이르러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했으며,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원심
수사 단계부터 범행을 부인했고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음
→ 징역 2년 6월

항소심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했으며, 합의 후 처벌불원 합의서를 제출함
→ 원심 파기,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범행을 부인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자백과 합의를 함께 했다는 점이 앞의 광주고법 사건과 다릅니다. 광주고법 사건은 항소심에서 범행을 다투지 않았지만, 합의 자체는 원심 단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5.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사건

서울북부지방법원 2022. 12. 6. 선고 2021고합474 판결의 피고인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혐의를 다퉜습니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가 적혀 있습니다.

그럼에도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등이 참작되어, 권고형(징역 2년 6월~5년)의 하한을 벗어난 징역 2년이 선고됐습니다.


6. 동종 전력이 있었지만 합의와 인정이 반영된 사건

울산지방법원 2017. 2. 3. 선고 2016고합348 판결의 피고인에게는 동종 성폭력 범죄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점, 합의가 이루어져 처벌불원 의사가 제출된 점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룬 판결 가운데 동종 성폭력 전력이 확인되는 사건은 이 한 건뿐입니다. 이 사건만으로 일반적인 결론을 끌어내기는 어렵습니다.


7. 다섯 판결을 나란히 놓고 보면

아래 표는 비교하기 쉽도록 판결문 내용을 겹쳐 정리한 것이며, 판결문에 실제로 적힌 문장은 아닙니다.

판결합의 성립처벌불원 인정합의 시점의 범행 태도결과
광주고법 2023노115합의금 2,500만 원 지급, 합의서 제출불인정 (별도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원심까지 부인원심의 징역 1년 6월·집행유예 3년 유지
강릉지원 2014고합12합의, 처벌불원 의사 제출감경인자로 적용법정 자백,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축소·은폐실형
서울고법 2019노2150항소심에서 합의합의서 제출항소심에서 자백·반성집행유예 4년
울산지법 2016고합348합의, 처벌불원 의사 제출감경인자로 적용범행 인정·반성집행유예 5년
서울북부지법 2021고합474없음해당 없음합의된 성관계라며 다툼징역 2년

이 표에서 읽을 수 있는 경향은 세 가지입니다.

1합의서를 냈는지 여부만이 아니라, 합의의 바탕이 된 태도와 범행 이후의 행동이 함께 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2범행을 부인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진 합의는 '처벌불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별도의 유리한 정상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광주고법).

3합의가 있었더라도 2차 피해 우려가 큰 행동이나 범행의 축소·은폐는 불리하게 평가됐습니다(강릉지원).

합의가 양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건마다 달랐습니다. 합의가 성립했다고 해서 곧바로 집행유예나 감형으로 이어진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8. 합의를 협의하는 단계에서 유의할 점

앞에서 본 판결들의 합의는 모두 이미 성립해서 합의서가 제출된 경우입니다. 아직 협의 중인 단계는 이와 구분해서 살펴야 합니다.

실무상 유의점:

· 피해자 측에 직접 접촉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강릉지원 판결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간 행동을 2차 피해 우려가 큰 행위로 불리하게 보았습니다.

· 합의서에 담긴 피해자의 의사는 그것이 자발적인지, 법적 의미를 인식한 상태에서 나온 것인지를 바탕으로 평가됩니다(광주고법).

· 합의금을 실제로 지급했는지, 금액이 얼마인지, 합의서가 제출됐는지가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적혔습니다(광주고법).

· 양형기준의 피해 회복 인자에서 '공탁'을 다루는 방식이 개정된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2026년 7월부터 '상당한 피해 회복' 인자의 '(공탁 포함)' 문구가 삭제됐다는 내용이므로, 시행일과 적용 범위는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공식 자료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종합 결론
• 양형기준은 처벌불원을 감경요소로 보지만, 합의서를 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 범행을 부인하던 단계의 합의는 처벌불원이 아닌 별도의 유리한 정상으로 평가된 사례가 있습니다.
• 합의가 있어도 2차 피해 우려가 큰 행동이나 범행 축소·은폐는 불리하게 반영됐습니다.
• 합의를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접촉 방식과 합의서에 담긴 의사의 자발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양형기준은 개정돼 왔으므로, 실제 사건에 적용될 기준은 공소제기 시점 등을 기준으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을 고려하신다면: 법률사무소 니케는 성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합의를 협의하는 단계에서는 합의서의 형식뿐 아니라 인정 범위, 접촉 방식, 지급 시기 등을 함께 정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소장, 증거목록, 합의 관련 자료가 있다면 그 범위 안에서 검토해 드립니다. 다만 결과를 보장하거나 약속하는 상담이 아니며, 사건 기록을 확인하기 전에는 구체적인 전망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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