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 뭐가 다를까
성범죄 사건에서 "재범위험성이 인정된다"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범위험성이 인정되더라도 부착명령이 아니라 보호관찰명령만 내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처분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피해자와 아는 사이라는 사정이 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리합니다.
1. 근거 법률과 침해 정도가 다른 별개의 처분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의 요건(2회 이상 범행으로 습벽 인정 등)과 재범위험성을 근거로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판결로 선고합니다. 부착기간 동안 외출제한, 특정지역 출입·접근금지,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 같은 준수사항이 함께 부과될 수 있습니다.
관련 조문: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 제9조의2 — 부착명령 요건 및 외출제한·접근금지 등 준수사항
보호관찰명령은 이와 별도의 근거(같은 법 제21조의2 이하)에 따라 청구·선고되는 처분입니다. 전자장치를 신체에 부착하지는 않지만,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으며 일정한 준수사항을 이행해야 합니다.
관련 조문: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 이하 — 보호관찰명령의 별도 청구·선고 근거
두 처분 모두 "재범의 위험성"을 요건으로 하지만, 부착명령이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만큼 더 침해적인 처분으로 취급되고, 그만큼 요구되는 재범위험성의 정도도 실무상 더 엄격하게 심리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2. 같은 사건에서 결론이 갈린 사례
이 차이가 실제로 드러난 사례가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이 다룬 사건에서, 피고인은 동거인의 딸인 피해자를 상대로 유사강간·강간을 저지르고 그 장면을 촬영했습니다. 위험성 평가 결과 재범위험성이 '높음 또는 중간'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30년 전 강도강간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도 있었습니다. 검사는 부착명령과 보호관찰명령을 모두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결론은 둘로 갈렸습니다. 부착명령까지 명할 필요성이 있을 정도로 "장래에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부착명령청구는 기각했지만, 형 집행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아 3년간의 보호관찰명령은 인정했습니다.
관련 판례: 부산고등법원 2023. 6. 15. 선고 (울산)2023노39, (울산)2023보노5, (울산)2023전노5 판결 — 부착명령청구는 기각, 3년간의 보호관찰명령은 인정
즉 재범위험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가장 침해적인 처분(부착명령)까지 정당화하는 수준인지는 별도로 심리된다는 것을 이 사례가 보여줍니다.
3. 피해자와 아는 사이라는 사정은 어떻게 작용했나
같은 판결에서 눈여겨볼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습벽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면서도, 피해자와의 관계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피해자 어머니가 피고인과의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장차 피해자에게 다시 성폭력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부분이 면식관계가 갖는 양면성을 잘 보여줍니다. 불특정 다수 상대의 습벽이라는 측면에서는 완화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관계가 유지되거나 재접촉 가능성이 있다면 "특정 피해자에 대한 재범 위험"이라는 별도의 논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결과적으로 후자의 위험성이 보호관찰명령을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했습니다.
반대로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국면에서는 면식관계가 다르게 작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부산고등법원 2016노219 판결에서는 "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이 아닌 점"이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면제를 인정하는 근거 중 하나로 쓰였습니다.
관련 판례: 부산고등법원 2016. 6. 15. 선고 2016노219 판결 — 면식 없는 불특정 다수 대상 범행이 아닌 점이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면제 근거 중 하나로 작용
즉 같은 면식관계라는 사정도 어떤 처분을 다투느냐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 부착명령·보호관찰명령 국면에서는 특정 피해자에 대한 재범 위험을, 신상정보 공개 국면에서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예방 필요성의 크기를 각각 다르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종합 결론
• 전자장치 부착명령, 보호관찰명령,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은 모두 재범위험성이라는 공통 개념을 다루지만, 근거 법률과 요건, 침해 정도가 각각 다른 별개의 처분입니다.
• 재범위험성이 인정된다는 결론이 곧바로 세 처분 모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면식관계 같은 하나의 사정도 어떤 처분을 다투는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 법률상 각 처분이 가능한 요건에 해당하는지와, 이 사건에서 실제로 어떤 조합의 처분이 내려질지는 사건의 구체적 내용과 정황에 따라 달라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부착명령·보호관찰명령·신상정보 공개명령이 함께 문제되는 사건은 처분별로 쟁점을 따로 정리해야 대응 방향이 명확해집니다. 법률사무소 니케는 성범죄 사건의 수사·재판 대응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으며, 초기 상담을 통해 사안별 사실관계를 함께 확인해 드립니다.